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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월간 [오디오 플러스 뮤직 1997년 11월호 통권3호](서울:세종출판사) 235쪽에 실린 것이다.
버들피리 명인 박산일 음반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명인기획/지구레코드 JCDS-0613(1CD) 1996년 녹음, 1997년 제작.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버들피리는 일명 {호들기}라 하는데 음반 앞표지에 실려있는 바와 같이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서 부는 피리를 말한다. 손가락으로 여러 구멍을 막고 열어서 음을 조절하는 다른 관악기와 달리 이것은 순전히 입김만으로 여러 음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소리는 누구나 쉽게 낼 수 있어도 이렇게 음반으로 감상할 수 있을 만큼의 음악이 되도록 연주하기는 무척 어렵다.
이 음반을 취입한 박산일은 1947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줄곧 거기에 거주하면서 옛부터 그 지역의 민요 가락을 버들피리로 불어왔으며 현재 버들피리를 가장 잘 부는 명인으로 꼽힌다. 그는 아주 어려서 시력을 잃어 맹인이 되었는데 같은 동네에 살던 노인이 외롭고 답답할 때 버들피리를 불면 다소 해소가 될 것이라며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박산일은 강원도 출신인 만큼 <강원도 아리랑>이랄지 <강원도 메나리>, <강원도 상여소리>와 같은 메나리 가락에 특히 능하다. 그가 버들피리로 뿜어내는 이런 메나리 가락을 듣노라면 강원도의 웅장한 산세와 담백한 감자 맛이 느껴진다. 또한 50여년 동안 앞을 보지 못한 채 살아온 연주자의 한서린 가락이 심금을 울린다. 이 음반에는 강원도 가락 외에도 경기민요 등 다른 지방의 민요 가락을 포함하여 총 26곡이 담겨있다.
강원도 춘천 야외에서 녹음되었지만 음질이 매우 양호하며 풀벌레를 비롯한 여러가지 자연의 소리와 버들피리가 잘 어우러져 있다.
한편 박산일의 경우처럼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원통 안에 입김을 넣어 부는 방식 외에도 풀잎 표면에 입김을 마찰시켜 부는 풀잎피리(초금) 연주자들이 있다. 풀잎피리 명인으로는 일제 때 풀잎피리 산조 유성기음반(SP)을 남긴 강춘섭이 대표적이며 최근 연주자로는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고 있는 박찬범을 꼽을 수 있다. 강춘섭의 풀잎피리 산조는 {대금 퉁소 풀피리의 명인들}(지구레코드 1CD)에 복각되었고 박찬범은 아직 음반을 내지 않았다. 다만 박찬범은 간혹 방송에 출연하여 연주를 들려준 바 있는데 그는 전라도에서 태어나 그 지역의 민요와 산조 가락에 능하다. 여기 소개한 박산일의 버들피리 연주와 강춘섭의 풀잎피리 녹음을 서로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예전에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리랑>을 불렀던 것처럼 대부분 버들피리나 풀잎피리를 매우 즐겨 불었다. 연산군이나 중종 때의 실록에 의하면 왕가에서도 풀피리를 상당히 즐겼다 한다. 그러나 이제는 풀피리를 부는 이도, 듣는 이도 거의 사라졌고 몇 남지 않은 사람들의 연주를 통해서만 그 가락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모쪼록 이 음반을 통해서라도 많은 분들이 우리네 옛 시골의 풍류와 정취를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00년12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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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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