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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피리,태평소 명인 지영희<2>
* 이 글은 1996년에 제작된 {부부 국악인 지영희 성금연} 음반(국악기록보존연구소 명인기획/지구레코드 1CD) 해설서에 실린 것이다.

해금,피리,태평소 명인 지영희<2>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다음은 지영희의 딸 지성자의 회고담이다.

{아버지께서는 늘 방안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계셨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담배 연기 자욱한 방안에서 악기를 손질하시거나, 악보를 정리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게 늘 여러 음악을 알려주려 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다. 아버지께서는 중요한 음악이라고 생각하시던 것은 녹음을 해서 내게 주셨다. 아버지에 대한 나의 기억은 자상한 아버지인 동시에 천부적인 예술가요 끊임없이 노력하는 학자이셨다는 것이다.}(1995.5.21.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지성자 가야금 연구소에서 증언)

지영희는 박상근, 이병우, 신쾌동, 김광식, 이충선, 지갑성, 방태진, 한범수, 이정업, 김윤덕, 김득수와 가까웠다 하며, 특히 김광식, 이정업, 김득수와는 의형제까지 맺었다 한다.
지영희는 성금연과 함께 국악예술학교를 설립, 교사로 재직하며 후진 양성에 힘썼다. 지영희의 딸 지수복을 비롯해서 김한국, 이생강, 최경만, 김영재, 박범훈, 최태현, 김광복, 김덕수, 정철호 등 무수히 많은 이들이 지영희에게 민속악을 배웠다.
지영희는 슬하에 지옥림, 지수복, 지성자, 지미자, 지순자, 지윤자, 지명자, 지재현(장남) 등 10남매를 두었는데 딸들이 거의 모두 부모에게 국악을 배웠다.
지영희는 1974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와이에서 민속악을 악보로 정리하다가 1980년 2월 2일 작고하였다. 지영희가 생전에 민속악을 악보로 정리해 놓은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산더미 같이 많았다 한다. 그런데 지영희가 작고한 후 그 악보들이 상당수 분실되었다 한다. 다행히 지영희가 정리한 악보 중 일부를 그의 딸 지성자가 찾아내 1986년에 일본 동경에서 {지영희 민속음악 연구자료집}(성금연 편)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한 바 있다.
이 음반에서 지영희의 해금산조와 태평소 독주 녹음이 가장 중요하다. 성금연은 지영희에 비해 비교적 많은 녹음을 음반에 남겼으나, 지영희는 해금산조와 태평소 녹음을 음반에 별로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음반에서 지영희의 태평소 독주도 접하기 힘든 걸작들이지만 해금이 그의 주특기이므로 무엇보다도 해금산조가 가장 압권이라 하겠다.
지영희는 지용구와 김덕진에게 짧고 단순하게 짜여진 해금산조를 배웠고 후에 지영희가 가락을 많이 보태서 20∼30분 가량 되는 긴 해금산조를 연주했다. 이 음반에 담긴 녹음 중에서 해금산조(1),(2)는 맛이 각기 다르며 매듭 부분이 차이가 있다. 전체적인 가락은 대동소이하다. 해금은 무악에서 커왔기 때문에 전통적인 해금 가락에는 무악이 많이 들어있다. 그리고 조의 변화가 다채로운 것이 특징이다. 지영희의 해금산조에는 경기 무악과 전라도 무악이 모두 들어있는데 대부분 경기 무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음반에 담긴 지영희의 해금산조(1)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로 이루어져 있고 해금산조(2)는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로 이루어져 있다.
해금은 대금이나 가야금처럼 손가락으로 눌러서 음을 내지 않고, 손으로 두 줄을 쥐었다 놓았다 하며 음의 높낮이를 손의 감각으로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음감이 뛰어나야 하고 수많은 경험과 연습으로 닦인 공력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산조는 여러가지 복잡한 기교가 요구되어 기악 연주자들에게 가장 연주하기 난해한 곡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리고 산조에 새로운 가락을 짜서 첨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타고난 음악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극히 짧고 단순했던 초창기의 해금산조에 다양한 음악들을 쏟아 부어 한 차원 높은 예술로 끌어올린 지영희의 음악성이 높히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끝)

2000년12월20일

200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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