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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글은 1998년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숨은 명인명창 발굴 프로젝트-국악 현장 조사보고서이다.
능주 씻김굿 명인 조도화<2>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본향은 흔히 문전굿이라 한다. 문은 그 집의 제일 큰 방의 문이다. 굿 세계에서는 대주가 거처하는 안방을 내당(內堂)이라 하여 안당이라 칭한다. 그러므로 문도 가장 중요한 문이 안당문이다. 물 한그릇과 술 한잔, 돈을 올린 본향상을 차려 놓고 망자가 방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문전지왕의 허락을 받아내기 위한 거리이다. 굿은 고인이 장고를 직접 치며 본향님이 오시는 노정기를 엇모리 장단에 읊고, 살풀이 장단으로 바꿔 고사덕담을 한다. 이 거리는 15-20분 가량 소요된다.
선부리는 흔히 조상굿이라고 한다. 집안에 모신 선영 조상님을 모두 청하여 대접하고 조상의 음덕으로 망자의 저승길을 잘 인도해 달라고 기원하는 거리이다. 조상을 모시고 위로할 때는 진양조와 자진모리에 맞춰 축원을 하고 지왕풀이로 끝을 맺는다. 선부리는 약 40분내지 1시간 가량 소요된다.
제석굿은 능주 굿뿐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가장 중시되는 거리로서 중굿이라고도 한다. 중요도 만큼이나 2시간 이상 무척 길게 소요된다. 산 사람들을 위한 재수굿이라 할 수 있는 거리이다. 능주에서도 타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흰 장삼에 고깔을 쓴다. 말되에다 쌀을 가득 채우고 칠성불을 반드시 켜고 물을 한그릇 올려 놓는다. 제석본풀이를 시작으로 제석님이 오는 노정에서는 반드시 지신경, 명당경을 읽어야 하며 잡귀가 붙어 정신병이 생겼을 경우에는 축사경을, 신수굿에는 도액경을, 아이의 병에는 동자연명경, 원한에는 해원경, 백살경, 천지팔양경, 제왕경, 칠성경 등 각 상황에 적합하고 좋은 경들을 읽고 고사덕담 후에 소지를 올린다.
고풀이는 고를 풀어냄으로서 망자의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는 거리이다. 이때 쓰는 베는 대부분 20자 한필로 고를 만들며 베는 무명베, 마포, 명주베를 쓴다. 고를 맺을 때는 성주고와 망인고 사이에 쌀과 돈과 넋을 넣은 밥그릇을 수저와 함께 고풀이 베로 묶는다. 능주에서는 이 고풀이 때 장자풀이를 구송하기도 한다. 고풀이에서는 벼나 보리를 가마니나 섬가마니로 마당에 쌓아놓고 한다. 씻김굿이 아닐 경우에는 이 고풀이를 하지 않는다. 고풀이의 소요시간은 일정치 않은데 고가 풀리고 안풀리고에 따라 시간이 결정된다.
오구굿은 일명 바리데기굿 또는 버리데기굿이라고 한다. 본격적으로 망자에 대한 씻김의식으로 접어드는 거리이다. 먼저 누룩 한개를 놓고 쌀을 담은 밥그릇에 촛불과 향을 피워 꽂고 다래머리(가발)를 누룩 오른쪽 옆에 놓는다. 왼쪽에는 실꾸리(실을 그냥 감아 놓기도) 2개를 놓고 그 위에 큰 시루를 엎은 후에 시루의 구멍으로 하나씩 실을 빼내 장고의 조임줄에 묶어 놓는다. 그 다음 혼백상자를 시루 옆에 붙여놓고 베 한필을 풀어 시루와 혼백상자를 함께 감아 둔다. 그러면 사람의 머리 형상이 된다. 결혼 첫날밤에 깔았던 혼석을 펴놓고 망자가 평소에 좋아하던 형태의 옷, 양말, 손수건 등을 준비하여 혼석 위에 배열한다. 저고리 안에는 넋을 조심스럽게 넣고 노자돈도 넣어준다. 그 위에 창호지를 깐 키를 올려놓고 쌀가루나 밀가루를 곱게 채로 친 후 창호지를 다시 덮는다. 그 다음 시루를 둘렀던 베로 덮고 신칼을 올려 놓은 다음 지전을 그 위에 놓는다. 그러면 사람의 형체가 완성된다. 이렇게 준비가 끝나면 바리데기를 부르면서 오구물림을 시작한다. 바리데기가 끝나면 고사염불을 부르면서 명줄을 뽑아낸다. 명줄이 다 뽑혀질 때쯤 징을 치며 키를 돌면서 망자의 환생 흔적을 밝혀 달라고 고사한다. 다 끝나면 창호지를 걷어내고 밀가루 위에 나타난 흔적의 모양을 보고 망자의 환생 모습을 가린다. 오구는 약 1시간 30분내지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씻김굿은 모든 부정과 액과 원한을 쑥물, 향물, 맑은 물로 목욕을 시켜 풀어주는 거리이다. 영돈을 말아 솥뚜껑을 엎고 빗자루로 쓸어내며 씻어준다. 이 거리는 약 1시간내지 1시간 20분 가량 소요된다.
길닦음은 저승길을 밝혀주는 거리로서 베를 마당의 대문까지 늘어뜨려 길을 만들어준다. 이 거리는 약 40-50분 가량 소요된다.
해원-종천맥이는 액풀이라고도 한다. 사자풀이는 사자상(명태3,국3,밥3,술3잔,기타음식)을 차려놓고 망자를 데려가는 사자를 잘 대접하는 거리이다. 사자를 대접한 후 망자의 모든 소지품을 불사르는데 혼인한 사람은 집안에서, 미혼인 경우에는 대문밖에서 태운다. 조도화의 증언에 따르면 사자풀이는 근래에 생긴 신행위이며 사신거리는 능주 굿에는 본래 없는 것이라 한다. 이런 굿 절차에 대해서 별첨자료<1>에 조도화의 육성 증언 장면이 취재 기록보존되어 있다.
능주 굿에서 쓰이는 악기는 피리, 대금, 태평소, 해금, 단소, 징, 정주, 북, 장고이며 무구는 허수아비, 넋, 고깔, 넋상자(넋당석), 지전, 길베, 곳대 등이 사용된다. 재수굿에서는 혼맞이굿 거리가 생략되고 곧바로 안당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전 거리에 걸쳐 살풀이 장단이 두루 쓰이며(절반 이상) 그밖에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 등의 장단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고 한다. 이 장단들에 대해서는 별첨자료<1><2>에 자세히 취재 기록보존되어 있다.
조도화는 건강을 타고 났을 뿐아니라 물구나무서기, 등산, 요가 등으로 신체 관리를 매우 철저히 하여 86세인 고령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인근마을의 왕래나 잔일은 모두 자전거를 직접 타고 다니며 해결하고 굿판의 일 또한 왕성하게 맡고 있으며 부부 성생활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며 자신의 건강을 강조한다.
조도화는 일제 때의 판소리 대명창 공창식의 장녀 공경례와 혼인하여 슬하에 3남 4녀(모두 부산 거주)를 두었고 28년 전에 그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지금의 부인 양분녀(70세)와 재혼하여 현재 전남 화순군 능주면 잠정리 187-1에서 함께 살고 있다.
조도화의 피리 가락, 판소리, 고법을 물려받은 이는 거의 없고 당골 박정녀의 막내아들(조웅석=조운식) 등이 그의 장고 가락을 배웠으나 이렇다 할 수제자는 아직 없어 그의 기예가 전승이 끊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끝으로 조도화 명인이 보유한 기예와 그의 증언에 대해 결론을 내리자면 그는 이제 마지막 남은 가장 고형에 가까운 전라도 무속 고인이라 할 수 있으며 그가 보유한 판소리와 고법 또한 매우 중요한 기예라 할 수 있고 화순지역의 무속에 관한 것과 옛 명인명창들에 대한 증언 또한 매우 진귀한 육성자료라 할 수 있다. 하루바삐 조도화 명인이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혹은 전라남도 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그 기가막힌 기예가 대대손손 전승되길 기원하는 바이다.(끝)
2000년5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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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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