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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명창 한농선<3>
* 이 글은 1983년 녹음, 1997년 이멕스폰음반회사에서 제작된 '한농선 흥보가' 음반(IMCD-9001, 2CD) 해설서에 실린 것이다.

판소리 명창 한농선<3>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요즘 가장 활발하게 전승되고 공연되는 흥보가는 박록주제, 박봉술제, 김연수제, 강도근제, 박동진제이다. 이 가운데 박동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송만갑의 흥보가를 직,간접적으로 이어받았다. 흥보가는 송만갑이 즐겨 불렀던 장기다. 그의 흥보가는 박봉래를 거쳐 박봉술에게, 김정문을 거쳐 박록주와 강도근에게 이어졌다. 송만갑제 소리 중에서 흥보가는 박록주에 의해서 잘 전승되어 오늘날 많은 후학들이 박록주제 흥보가를 부르고 있다.
대부분의 여류 명창들은 여성이 주인공이고 화사한 느낌을 주는 춘향가나 심청가를 장기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박록주는 특이하게 남자 명창들이 즐겨 부르던 흥보가를 장기로 삼았다. 박록주는 중년 이후에는 거의 흥보가만 불렀고 흥보가로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기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박록주의 판소리 중에서 흥보가는 활발하게 전승되고 있으나 흥보가 외에 다른 판소리는 현재 거의 불리지 않고 있다.
박록주는 김소희, 한애순, 박귀희, 성우향, 조상현, 이옥천, 한농선, 정성숙, 조순애, 박송희, 박초선, 성창순, 정의진, 김명심, 남해성 등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박록주의 제자 중에서 김소희, 한애순, 박귀희, 성우향, 조순애, 성창순, 남해성은 박록주제도 부르기는 하지만 다른 명창의 소리제를 주로 부른다. 한농선, 정성숙, 이옥천, 박송희의 경우에는 박록주제를 장기로 부르고 있기 때문에 박록주의 판소리를 가장 온전하게 이어받은 수제자로 평가된다.
박록주의 수많은 제자 중에서 지금까지 한농선을 비롯하여 김소희, 박귀희, 성창순, 박송희가 박록주제 흥보가 음반을 취입한 바 있는데 그 가운데 한농선의 녹음집이 가장 돋보인다.
박록주의 소리제는 여류이면서도 매우 남성적인 면이 있다는 데 독특한 매력이 있다. 아니리는 극히 짧으며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멋이 있다. 그리고 통성을 위주로 해서 소리를 끌고 나가며 소리 맺음에 있어서 군더더기가 없고 분명하다. 성음은 엄성이 많이 쓰이며 정대하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한농선은 스승 박록주의 판소리를 이렇게 말한다.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며 우람한 성음이 돋보이는 특기라 할 수 있고 소리를 진행하는 속도가 요즘처럼 느리지 않고 거뜬거뜬하다. 억지로 소리를 만들지 않는, 마음에서 절로 나오는 소리다.”
박록주는 김정문 문하에서 흥보가 중 초입부터 <제비 후리러 나가는 데>까지만 배웠으며 한농선도 박록주 문하에서 그렇게 배웠고 이 음반 또한 <제비 후리러 나가는 데>까지만 들어있다. 그 뒤는 남자들의 재담소리라 하여 여류명창은 부르는 것을 삼가하였기 때문이다. 흥보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격식을 차려 <백발가> 같은 단가를 하나 불렀으면 좋을 뻔했다. 녹음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이 음반은 기악반주로 녹음되었다. 북은 신유경, 대금은 서용석, 아쟁은 윤윤석, 거문고는 김무길이 연주하였다. 한농선은 함께 녹음한 기악 반주자들이 당대 일류 명인이긴 하지만 판소리에 기악반주가 들어가면 별로 제 맛이 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반주형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 음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녹음은 한농선의 장기인 <제비노정기>와 <박타령>이다. 그가 전성기인 1950∼70년대에 들려준 힘있고 맑은 성음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나 뛰어난 공력은 여전히 빛난다. 한농선이 한때 박초월 문하에서 수업한 바 있어 간혹 박초월제 느낌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박록주제의 특징을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음반은 1983년 초판 제작 당시에는 카세트테입으로만 발매되었고(대성음반 DAS-0134∼0135, 2MC) 그나마도 판매 부진과 영업 소홀로 대부분 창고에 쌓여있었기 때문에 무척 구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이렇게 콤팩트디스크로 재발매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좋은 음질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한농선은 현재 무대 활동보다는 제자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모(某) 음반회사에서 흥보가 완창을 또한번 취입한 바 있으며 곧 발매될 예정이라 한다. 한농선의 최근 기록물 중에는 1996년 케이블채널 문화예술코오롱TV에서 녹화한 흥보가 완창이 좋다. 한농선이 예전에 남긴 방송용 녹음과 공연 실황도 음반화 되길 기대해 본다.(끝)

2000년5월9일

200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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